2019.02.03. KK 첫 다이빙
코타키나발루 도착 후 이틀은 숙소 근처를 배회하며, 시내로 숙소를 옮기며 보냈다. 와보니 알게 된 몇가지. 무슬림 국가여서인지 술을 팔지 않는 식당이 많다. 심지어 치킨집에도! 술값이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다.ㅠㅠ 그리고 이곳 사람들이 즐겨먹는 향신료는 신맛과 한약맛이 난다. 홍삼도 많이 쓰인다. 달달한 디저트를 많이 파는데, 특히 보기만 해도 달 것 같은 케익을 여기저기서 많이 판다. 횡단보도가 드물게 있어 길을 건널 때 눈치게임을 하며 찻길을 가로지르는 위험을 무릅써야한다. 우린 현지인들을 따라 건넜다. 코타키나발루를 줄여서 KK라고 한다. 어쩐지 정이 가는 귀여운 이름이다. 화교들이 많아서인지 Chinese new year day 를 챙긴다. 상점들과 거리에 빨간 장식들이 여기저기 있다.
한국에서부터 예약하고 온 다이빙을 하는 날. 약속한 시간에 숙소에서 예약 담당자의 동생이라는 사라를 만났다. 차를 타고 십분 정도 걸려 항구(Jesselton point)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사라는 다이빙을 하는 이틀간 우리를 안내할 가이드 램스를 소개해주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사피섬이다. 항구에서 배를 타고 이십분 정도 걸린다. 에메랄드 빛깔의 사피섬은 물고기와 스노쿨링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해변 한켠에 다이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지금까지 가본 다이빙샵이랑은 다른 어수선한 분위기에 충격. 다이빙 가이드분들이 저마다 한무더기의 사람들을 이끌고 비치로 나가 다이빙을 하는 게 보였다. 처음으로 비치다이빙을 해 보는 건가? 그런데 좀처럼 먼 바다로 나가질 않는 듯 한데, 이게 다이빙인지 스노쿨링인지? 저렇게 많은 무리가 펀다이빙을 나갈 수 있나? 어쩐지 가격이 싸더라니... 이런저런 걱정이 몰려왔다.
줄담배를 태우는 램스는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하니 섬을 구경하랬다. 우리는 바다 사진을 좀 찍고 다시 돌아와서 다이빙 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우리 순서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다이빙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짜증으로 바뀌어 우린 예약도 빨리 했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가이드를 채근했더니 돌아오는 말. No 빨리. 천천히. 오케이.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인가보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만난 우리 다이빙 가이드는 Muin. 조금 전까지 한무더기 사람들을 데리고 다이빙을 하고 오셨다. 하루에 몇번이나 물에 들어가시는걸까. 라이센스가 있냐 물어보셔서 있다고 하니 다이빙 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하셨다. 일단 비치에서 체크 다이빙을 해보고 보트로 나간단다. 간단한 서약서를 쓰고 주는대로 장비를 챙겼다. 자격증을 확인하는 과정도, 수트 사이즈나 마스크 핀을 고르는 과정도 생략. 핀 사이즈와 웨이트 무게를 물어봤을 뿐이다. 뭔가 허술했지만 덕분에 순식간에 준비를 마치고 물에 들어갔다. 처음 해보는 비치다이빙. 발이 닿는 곳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수영해서 들어갔다. 듣던 것과 달리 입수가 그리 힘들진 않았다.
낮은 곳을 조금 유영하다가 10미터 정도 깊이까지 천천히 이동했다. 바닥은 모래였고 조류는 세지 않았지만 시야가 좋진 않았다. 문어 같은 생물, 작은 물고기 떼들을 만났고 위험하다는 stingray가 바닥 곳곳에 납작 업드려 있었다. 삼십분 정도 후에 올라왔다. 우리 다이빙 실력을 점검하는 다이빙이었는데 입증이 된건지 오후에는 보트 다이빙을 나간다고 했다.
사피섬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보트를 탔다. 보트엔 우리밖에 없었는데 그제서야 비치에 있던 많은 다이버들이 모두 자격증이 없는 체험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란 걸 알았다. 펀다이빙을 위해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만의 다이빙을 즐겼다. 무인은 아침내내 한 다이빙으로 좀 지쳐보였는데 그래도 우리에게 좋은 가이드를 해주었다. 사진을 부탁했더니 두번째 다이빙부턴 사진도 많이 찍어주셨다. Henging Garden이란 이름의 다이빙 포인트. 모래바닥 그리고 산호 바닥이 있는 지형이다. 시야가 역시 좋지 않았다. 수온이 차가웠다 따뜻했다를 반복했고 조류가 좀 있어 발에 힘이 들어갔다. 나무막대기처럼 생긴 물고기(나중에 wild dragon pipefish라고 알려주셨다)를 만났고 형형 색색의 산호 지형들이 있었다. 체크다이빙보단 마음이 편안해져서 물 속 유영을 좀 더 즐겼다. 삶에서 다이빙을 만난건 행운이다.
고작 하루 다이빙 했을 뿐인데 우리는 녹초가 되었다. 이렇게 나이들어감을, 저질체력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더 최악을 맞이하지 않으려면 운동해야겠다.
2019.02.04. 사피섬 다이빙 둘째날
한국에서 다이빙을 이틀 예약했는데 한국 돈으로 25만원정도. 공기통 한 깡에 3만원 조금 넘는 셈인데 다른 지역 펀다이빙 비용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다만 사바 공원 입장료가 하루 16000원 정도씩 있었다) 발리에서는 두배 넘었으니.. 그치만 저렴한덴 이유가 있는 법. 독립적인 다이빙 샵 보다는 투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게 이곳 분위기인 듯 하다. 시파단은 다르려나.. 다이버들의 로망이라는 시파단, 이번엔 교통비가 엄두가 나질 않아 포기했지만 언젠가 꼭 가보리라.
다이빙 후유증인지 여독인지 아침부터 온 몸이 쑤시고 악몽까지 꾼 터라 좀처럼 일어나지질 않았다. 예약 담당자 콴드라는 아침까지 답이 없다가 8시 반이 되어서야 픽업시간이 9시라고 알려주었다. 겨우 몸을 일으켜 9시 반으로 픽업을 늦췄다. 사라는 오지 않았고 대신 그랩 카가 항구까지 데려다주었다. 항구에서 가이드 램스를 다시 만나 사피섬으로 출발.
오늘도 대기 타임. 좀 놀다가 이른 점심을 먹고 보트 다이빙을 갈 거라고 했다. 어제 경험했던 터라 오늘은 돗자리와 우쿨렐레를 가져왔다. 투어 팀들 전용 돗자리들 한켠에 나의 핑크 돗자리를 깔고 신선놀음. 노래 부르며 바다 구경하니 어제와 다르게 시간이 금방 갔다. 우린 이곳 시스템에 하루만에 적응했다.
밥을 먹고 다이빙 출발. 수트랑 핀만 챙겨서 배에 탔다. 무인에게 대강의 일정 설명을 듣고 장비를 준비하는데 BCD와 공기통 연결을 헤매다 겨우 했다. 황제다이빙의 폐해다. 다 까먹었냐고 무인이 물어보는데 창피했다. 느리고 힘들더라도 스스로 해보는 교육이 이래서 중요하다.
오늘은 clement 와 rons reef라는 포인트에 갔다. 첫번째는 천천히 18미터정도까지 들어갔고 두번째는 바로 20미터 수심으로 들어갔다. 어제보다 물이 차가워 좀 추웠다. 들어가자마자 큰 복어를 만났고 해마도 봤다. 무인은 1,2년에 한번 볼 수 있는거라며 해마 사진을 엄청 찍었다. 발리에서 봤었는데 귀한 것이었구나. 시야는 오늘도 좋지 않았고 rons reef에서는 더 안 좋았다. 그래도 산호 가득한 바닥이 예뻤고, rons reef 지형이 멋졌다. 꼬따오바다에서 만났던 크리스마스트리도 간간히 보였다.
이번 여행의 주요 계획 중 하나였던 다이빙이 끝났다. 총 네 번의 다이빙이었는데 기대와 다른 것들에 불평불만을 갖기도 했지만 막상 끝나니 아쉽다. 이제 막 여기만의 어딘가 허술하지만 자유로운 다이빙 분위기에 정이 들어가던 참인데. 사실 체계적인 시스템의 다이빙이란건 대형 다이빙 협회들의 자격증 장사가 만들어낸 것일 텐데, 늘 바다를 벗삼아 살아오던 이들에겐 번거로운 절차로 느껴질 법 하다. 우리 가이드 램스는 자격증은 없지만 다이빙을 많이 해봤다고 했다. 현지인들은 아마도 자연스레 다이빙을 접하는 것 같다.
이틀간 그저 바다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같은 장소여도 매일 매일이 다른 모습이기에 다이빙은 늘 새롭다. 시야가 흐리면 흐린대로, 물고기가 많이 없으면 없는대로 보이는 것들에, 혹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는 재미가 있다. 그때 그 바다를 만나는 건 오로지 그 순간뿐이니 나에게 허락되었던 잠깐의 시간을 소중하게 기억해야지. 다이버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배려받은 것도 많았다. 끝까지 좋은 버디이자 가이드였던 Muin에게 특별히 고맙다. 사피섬 다이빙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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