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교육 문제와 고민이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될 때,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곳곳의 곡소리가 들릴 때, 딱 한달만 쉬면 좋겠다면서도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한숨을 마주할 때, 기본소득이 답이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다. 모두에게 아주 약간의 소득이 조건없이 보장된다면, 대대수 사람들의 삶이 매우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나를 두근대게 했다. 스위스 기본소득 운동 포스터의 문구: 당신의 소득이 해결된다면 무엇을 하겠습니까?-이 얼마나 즐거운 상상인가? 나의 낭만적인 상상에 이 책이 합당한 철학과 구체적인 논거를 대어주리라 기대했다. 책장이 매끄럽게 넘겨지진 않았으나 기본소득에 대한 궁금증과 의심, 과제를 거의 모두 다루고 있어 끈기있게 읽어낼 수 있었다. 저자는 다소 낙관적이고 확신에 차 있는데, 비관주의자인 나도 여기에 감화되어 사실 시간이 문제지 안될것도 없지 싶다.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바라기만 한다면, 그리하여 자주 좌절하더라도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그곳에 도달해있지 않을까. 그런데 더 나은 사회를, 그러니까 나만 나은 삶을 사는 게 아니라 함께 더 나은 삶을 사는 사회를, 대다수가 바라기는 하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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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에 대한 사회배당 접근법의 핵심
“내가 주장하는 것은 자선이 아니라 권리이며 박애가 아니라 정의다. ... 누군가가 풍요로워진다고 해서 다른 누구도 비참해지지 않는다면, 그 누군가가 얼마나 풍요로운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따라서 기본소득을 우리의 선조가 만들고 유지한 사회의 집단적 부에서 지급되는 사회배당이자 모두에게 속하는 공유재와 자연자원에 대한 공유된 보상으로 인식할 수 있다.” 47p

잘못된 선택에 대한 우려
“물론 가끔 신뢰가 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회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훌륭한 원칙이다. 더 나아가 우리 모두 (재앙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일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자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런 결정과 실험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지를 자유가 없다면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가 없다.” 106p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자리가 사라질거라고?
“그러나 긴급한 문제는 인간이 할 일이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소득분배의 문제다. 기술 혁명이 지불 노동을 파괴하고 대체할지라도 최초의 기술 혁명은 더 많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기술혁명은 점증하는 소득 불평등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기술적 진보에 따른 경제적 이득으로부터 모두가 해택을 누리는 방법이 될 것이다.” 133p

기본소득이 아닌 완전고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왜 완전고용이 진보적인 정책으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일자리’로, 즉 ‘사장들’에게 종속되는 처지로 밀어넣는 것이 그렇게 바람직한가? 모두 그렇지는 않을지라도 현실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따분하고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며 비하적이고 사람을 고립시키며 위험하기까지하다. 기본소득은 오히려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거부하거나 이런 일에 대해서는더 많은 보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자리의 성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43p

왜 모두에게 줘야 해?
“모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은 저소득층에게 비례적으로 더 큰 가치가 있다.” 145p

잘못된 프레이밍
”비판자들의 전형적인 전술은 비용이 많이 드는 역진적인 보조금에 초점을 두지 않고 기본소득에 지출될 것과 인기있는 공공서비스 지출을 비교하는 것이다. ... “이 돈은 국가의료서비스나 학교 혹은 보육에 쓰는 게 더 낫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쟁점을 프레이밍하는 것는 편견에 가득하며, 기본소득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자원을 없앨 것이라고 고의로 잘못 말하는 것이다.” 163p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말입니다, 가능한건가여
“감당가능성이라는 비판은 기본소득에 반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표면상 호소력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쟁점은 정치적인 것이다....결국 감당가능성이라는 쟁점은 사회가 사회정의, 공화주의적 자유, 경제적 보장 등에 우선순위를 두는가 하는 문제가 된다.” 186p

게으름에 물들 것이란 비판에 대하여
“우리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살기보다는 할 수 있는 한 우리의 삶을 개선하려고 한다.” 197p

노동에 대한 함의​
“기본소득이 지불받지 못하는 일을 보상하기 위해 임금 소득에 약간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함의를 지닌다면” 203p

일할 권리
“일할 권리가 의미가 있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만이다. 젠더 에스니시티, 카스트, 종교, 성적지향 등과 상관 없이 모든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가치있는 활동을 수행할 권리가 있어야 하며 자신이 할 수 있고 하고자 하는 일을 수행하는 데 자의적인 장벽 (부담되고 불필요한 면허의 요구 같은 것) 때문에 못하게 되어서는 안된다. 기본소득은 일할 권리와 갈등을 빚는 게 아니라 일할 권리에 대한 필수 지지대다. ... 궁극적으로 일할 권리는 일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해야 한다. ” 207p

일하는 시간만 줄여서는 안된다고
“일자리가 본질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때문에 우리 문화가 일자리에 가치를 두는 것은 아니다. 일자리에 가치를 두는 문화에 빠져있기 때문에 고용되어 있음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 기본소득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법정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방법은 저임금 일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을 빈곤하게 만들고, 추가적인 일자리는 별로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237p

영국 하원 기본소득 토론에서
백지를 받아들고 복지체제를 설계한다면 아무도, 어느 누구도 현재 우리가 가진 체제를 제출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하려면 수천장의 종이가 필요할 테고 폐기된 프로젝트 더미가 쌓일 것입니다. 잘못 실시되고 썩 내키지 않는 아이디어, 또 너무 복잡해서 가장 절실한 사람을 실망시키는 체제 말입니다. 324p

시간이 흘러, 부디
“토머스 페인이 획기적인 <상식>의 도입부에서 말한 것처럼 “시간은 이성보다 더 많은 개종자를 만들어낸다.” 기본소득 혹은 사회배당에 그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3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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